2024. 6. 29. 22:13ㆍ카테고리 없음
아파트 수명
오래된 건물은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녹물도 나오고, 바닥 파이프가 썩어가기 시작하면서 난방도 취약해집니다. 또한 지진과 같은 재난에도 위험합니다. 모든 건물이 이렇듯 아파트 역시 수명이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 교체 수명은 2~30년 전후로, 일본이 54년, 미국이 72년, 프랑스가 80년인 것에 비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짧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파트 수명에 큰 영향을 주는 콘크리트의 강도도 미국과 동남아에 비해 약 절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자료 또한 그동안 우리나라의 아파트 건축이 얼마나 부실했었는지를 증언해주기도 합니다. 유독 한국의 아파트 수명은 이리 짧은 걸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입니다. 철근 콘크리트는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 안에 철근을 넣어 만든 건축 자재이며, 한국에서 아파트의 재료로 흔히 사용되고 이론적 수명은 80~100년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아파트는 실질적으로 그 수명은 100년을 넘지 못하며, 30년만 되면 바로 재건축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환경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중성화는 공기 중의 탄산가스 또는 산성비가 콘크리트의 알칼리성을 없애는 현상입니다. 이는 산화(Carbonation)라고도 합니다. 콘크리트의 중성화는 철근을 부식시켜 균열을 발생시키고, 그 균열에 물과 이산화탄소가 침투하면 노후화가 빨라집니다.
콘크리트 중성화는 큰 기온 차로 인해 가속되는데,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연교차가 크기 때문에 이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환경 오염으로 대기의 탄산가스 농도가 짙어질수록, 그리고 온도가 높아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다른 이유로는, 설비 배관의 노후화가 있습니다. 전기와 위생, 냉난방 설비 등 내부 기관에 해당하는 건축 설비 역시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수의 설비 배관이 철근 콘크리트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 설비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철근 콘크리트를 해체하고 설비 배관을 수리하고 다시 봉합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때문에 설비 배관이 부식되는 3~40년쯤에 재건축이 추진되는 것입니다.
선(先) 분양제도로 인해 나타난 부실공사 역시 원인이 됩니다. 먼저 돈을 받고 나서 짓다보니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건설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높이는 것을 최고로 여겨 국내 아파트의 수명이 세계 최저수준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건설사 입장에선 수명이 짧아야 일거리가 생기기도 하고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사업성이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사업성만 확보된다면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건물의 수명이 다 하지 않은 아파트도 재건축 대상이 된다는 것이죠.
30년 전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10층 내 외의 저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아파트를 지을 필요 없이 이 10층 아파트를 20층으로 높인다면 10층을 더 분양할 수 있어 사업성이 큽니다. 여기서 유행한 재건축 재테크로 인해 고의로 건축물을 방치하거나 파손하여 노후화시킨 일도 발생했을 정도입니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지났더라도 건물에 이상이 없다면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거주 대상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기에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건축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최근 건축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은 이전의 수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아파트의 수명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의 물리적, 기능적 수명이 짧은 우리나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택 수명 100년을 목표로 한 장수명(長壽命) 아파트를 세종시에 건설했습니다. 건물 구조의 내구성과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보수와 점검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설비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시공했다고 합니다.
장수명 아파트는 건축폐기물의 축소와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철근 콘크리트의 이론적 수명을 실질적으로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